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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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법사위 강경파 ‘내란전담재판부’ 군불 때기…당 지도부 “李 대통령 순방 시간” 신중론

입력 : 2025-11-21 14:25:48
수정 : 2025-11-21 14:2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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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강경파서 ‘내란특검재판부’ 요구 봇물…지도부는 신중
정청래 “대통령 순방 중…당정대 긴밀 조율 필요”

전현희 3대특검특위 “대통령 순방 끝나는 시점에 처리 노력”
김용민 “지도부, 내란재판 관련 국민 안심에 역량 집중해야”

李정부 첫 예산안, 민생입법 여야 조율 등 지도부 숙제 산적
‘내란 종식 최우선’ 당내 강경파와 불협화음 가능성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소속 여당 강경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주장이 들끓고 있다. 내란특검이 청구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면서다.

 

당 지도부는 ‘신중론’을 고수하고 있다. 사법부 압박 의제를 밀어붙이며 논란이 커질 경우, 이재명 대통령의 순방 성과가 가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지방선거 국면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며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당 지도부의 전략과 당내 강경파들의 사법개혁 속도전이 맞부딪치며 불협화음이 이어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3대특검 종합대응특위 전체회의에서 전현희 총괄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3대특검 종합대응특별위원회(3대특검 특위)는 21일 강성 당원들 사이에서 촉발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요구에 대해 “대통령의 순방이 끝나는 시점에 반드시 이 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전현희 총괄위원장)고 했다.

 

전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특위 회의에서 “현재까지 내란전담재판부와 특검 영장 판사 제도가 도입되지 않아서 이 부분에 대한 국민적인 우려가 매우 높다”며 “현재 사법부를 신뢰 못 하니 내란전담재판 영장전담판사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를 향해서도 “정의를 외면하고 불의에 편승하니 내란범이 고개를 들고 법 위에 군림한다”며 “조희대 사법부 내란동조 의혹도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고 압박했다.

 

3대특검 특위가 발표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은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에 판사 3명으로 이뤄진 각 특검 재판부를 3개씩 설치하는 것이 골자다. 법무부와 법원, 변호사단체가 9명의 추천위원회를 꾸려 전담 법관을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일주일 이내에 임명하게 했다. 위헌 논란으로 ‘국회 추천’은 빠졌다. 아울러 법안은 관련 사건을 맡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법관’ 판사 3명을 추가 임명하도록 했다.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할 우려에 한동안 수면 아래로 논의가 가라앉았지만, 최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자들의 영장이 연달아 기각되면서 다시금 설치론이 부상한 것이다.

 

당 지도부는 속도 조절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 재판부를 구성해야 하지 않느냐는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면서도 “대통령 순방 외교가 빛바래지 않도록 당에서는 당정대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런 문제일수록 당정대가 긴밀하게 조율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입장 표명할 날이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같은 지도부의 신중론에는 대통령의 순방 성과를 가리면 안 된다는 판단도 깔렸지만, 이재명정부 첫 예산안 처리부터 11월 민생입법 본회의, ‘대장동 항소포기’ 국정조사까지 여야 합의를 위해 야당과 조율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는 현실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당 지도부로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도층을 끌어안아 지지 기반을 넓혀야 하는 만큼, 당내 강경파 주장대로만 밀어붙이기 어려운 복잡한 속내도 읽힌다.

 

당내 강경파들의 ‘단독플레이’로 지도부와의 엇박자가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당 지도부가 내란재판과 관련해 국민들을 안심시켜드리는 것에 역량을 총집중해야 하는데, 지도부 일부 의원님들이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들려오고 있어서 그 역량이 분산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