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휴대전화 교체 내역’을 조회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가 통신사에 요구해 제출받은 자료에는 조 대법원장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까지 노출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법조계에서는 “개인정보를 압수수색영장도 없이 국회 의결만으로 당사자도 모르게 들여다 보는 것”이라며 국회가 권한을 남용해 헌법상 보장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따르면 과기정통위 위원들은 22일 국정감사에서 SKT가 회신한 조 대법원장의 휴대전화 기기 교체 내역 자료를 열람했다. 12·3 비상계엄 직전인 ‘2024년 12월 1일부터 현재까지’ 약 2년간의 ‘휴대전화 기기변경내역(기종, 일자, 시간) 일체’를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조 대법원장이 최근 휴대전화 기기를 교체한 내역이 없다는 답변이었다. 제출된 자료에는 조 대법원장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까지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자료 제출을 요구한 민주당 황정아 의원실 측은 “헌법이 부여한 국정감사 권한과 국회증언감정법 등에 따른 상임위 의결자료로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법 128조는 국정감사나 국정조사와 직접 관련된 서류 등의 제출은 위원회 의결을 통해 정부, 행정기관 등에 요구할 수 있게 했다. 또한 국회증언감정법(증감법) 2조는 요구를 받은 기관이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따르도록 했다.
그러나 국회가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휴대전화 관련 정보를 제한 없이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법제처 역시 “헌법상 기본권 보호와 개인정보 보호법의 취지 등에 따른 한계가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법조계 일각에선 “사찰이나 다름없다”는 비판마저 제기된다. 특히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통신이나 금융 관련 내역을 조회할 때는 관련 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사후 통보해야 하지만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는 이러한 절차 규정조차 없다.
일선의 한 부장판사는 “국회는 수사기관이 아니다”면서 “이런 기본권 침해를 막고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보호하라고 영장주의가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인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도 “사실상 압수수색에 가까운 행위”라며 “대법원장 휴대전화 교체 내역을 요구한 목적도 잘 모르겠고, 그렇게 받은 자료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번호가 노출되게 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대법원장을 잠재적 증거인멸 피의자로 몰아가려 한 시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중견 법관은 “대법원장에 대한 음모론을 만들기 위해 해당 자료를 요구한 것 아니겠느냐”면서 “국회 요구란 이유로 영장도 없이 가입자의 개인 통신정보를 제출한 통신사 역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SKT 측은 “증감법 2조 등에 따른 것으로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보호되는 자료는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