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에 관여한 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돼 논란이 되고 있는 박철우 지검장(54·사법연수원 30기)은 21일 검찰 구성원들을 향해 “국민들에게 오만하게 보일 수 있던 언행들을 생각해보며 성찰하는 것부터 시작하자”라고 강조했다.
박 검사장은 이날 오전 10시 비공개로 진행된 취임식에서 “요 근래만큼 그동안 쏟아 부은 열정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 같은 박탈감과 자괴감이 드는 시기는 없을 것”이라며 “저 또한 억울한 감정을 부정할 수 없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도 박 지검장은 검찰의 성찰과 자성을 당부했다. 그는 “최소한 국민들로부터 수사권 행사의 형평성이 지적됐던 장면들, 무의식적으로나마 오만하게 보일 수도 있었던 언행들을 성찰해 보자”라며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넘어갔던 부족함이나 과함이 없었는지 곱씹어보는 자세를 가지자”라고 했다.
이어 박 지검장은 “나 자신의 정치적 신념이나 ‘스스로의 관행’으로부터도 벗어나 최대한 객관적으로 사건을 보고, 객관적으로 반추해보는 노력을 할 때 우리의 땀과 노력을 국민들께서 한분 한분씩 다시 인정해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박 지검장은 검찰개혁과 관련해 “현재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경찰 수사에 대한 효율적인 사법통제와 보완수사야말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새롭게 인정받을 중요한 분야”라며 “이를 위해 저는 업무체계의 효율성을 살피고, 적정한 자원배치를 통해 구성원 각자가 자부심을 가지고 역량을 펼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 검찰 제도 변화와 개편 논의에 구성원들의 지혜를 모아 대응하겠다”고 했다.
다만 박 지검장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사태에 대한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박 지검장은 이날 첫 출근길 약식 문답(도어스테핑)에서도 “대장동 항소 포기 의견을 수사팀에 전달했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저에 대해 좀 정확하지 않은 내용이 많이 퍼져있는 것 같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여기서 말씀드리는 게 적절치 않다”고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또 ‘여당이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들에 대해 징계하려고 한다’는 물음에는 “구성원들이 반발하는 정서에 대해서는 정치권에서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박 지검장은 그러면서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과 구성원 사기 진작이 시급한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어깨가 너무 무겁다”며 “이번에 검찰 구성원들이 반발하는 점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조직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박 검사장은 19일 법무부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통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새로 임명됐다. 정진우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 이후 사의를 표한 지 11일 만이었다.
박 검사장은 8일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으로서 수사팀에 ‘항소 재검토’ 지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수사팀은 박 검사장의 지휘를 사실상 ‘항소 불허’로 받아들였다는 입장이다. 이에 검찰 내에선 박 검사장이 앞서 9일 사의를 표명한 정진우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사퇴해야 한다는 책임론이 제기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