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이 거세지는 가운데 정부가 중동 지역 국가들과 ‘전화외교’를 연이어 가동하며 외교적 공간 확보에 나서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24일 오만, 쿠웨이트 외무장관과 잇따라 통화하며 역내 정세를 공유하고 긴장 완화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걸프 지역 주요 당사국들과의 연쇄 접촉을 통해 상황 관리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전쟁 이전 미·이란 핵협상을 중재해온 오만과의 접촉은 향후 외교적 역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로도 해석된다.
전날 조 장관은 세예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통화하고 호르무즈해협 항행 안전과 긴장 완화를 강조했다. 조 장관은 중동 상황이 글로벌 안보·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우려를 표명하고, 걸프 국가 민간인 및 민간시설에 대한 공격 중단과 에너지 공급 정상화를 위한 이란의 긴장 완화 조치를 촉구했다.
전황이 격해지며 서방국들이 주이란 대사관을 대부분 철수한 가운데 주이란 한국대사관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어 한국이 긴장 완화에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란과의 대화 가능성을 시사하며 외교적 해법을 병행하려는 기류를 보이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한국이 현지 공관과 외교 채널을 기반으로 미국과 이란의 소통을 잇는 ‘중재 역할’을 수행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양측 간 직접 접촉이 제한된 상황에서 제3국 채널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기대를 뒷받침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정부는 이란을 포함한 국가들과 다각도로 소통해 왔다”고 밝혔다.
김혁 한국외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는 “지금 상황에선 한국이 미·이란 사이 소통 창구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영사 조력 수준을 넘어 보다 적극적인 대이란 외교 공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