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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참사’ 피해 키운 기름때·유증기, 점검항목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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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공업 화재, 총체적 관리부실

소방당국 15년간 7건 출동 확인
매년 사고에도 자체 진화·점검만
지자체는 무단 증축 파악도 못해
위험 물질 나트륨 무허가 정제도

노동당국, 대표 중처법 위반 입건
중처법 선고 84건 중 실형 7건 뿐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은 매년 자체 소방안전점검을 했지만 이번 화재 원인으로 지목되는 기름찌꺼기와 유증기 등은 점검항목에서 빠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화재가 난 건물에 위험물질인 나트륨 정제시설을 운영하다 적발되는 등 화재 위험이 상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대전 대덕소방서 등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지난 15년간 안전공업 화재로 소방당국이 출동한 사례는 7건에 불과했다. 안전공업 직원들은 “1년에 한 번꼴로 화재가 났지만 자체 진화한 후 소방서에 따로 신고는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24일 대전 대덕구 소재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안전공업 주식회사 2일 차 감식에 나선 소방 당국 관계자들이 불에 탄 건물 안으로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대전 대덕구 소재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안전공업 주식회사 2일 차 감식에 나선 소방 당국 관계자들이 불에 탄 건물 안으로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발화 원인은 대부분 작업공정과 집진기 등에서 나온 기름때와 분진이었다. 2009년 1월에 발생한 화재는 천장에 있는 집진기 덕트 내 기름찌꺼기와 금속 가공 공정기(단조기)에서 발생하는 고열 때문이었다. 2017년 1월과 2019년 7월에는 마찰열에 의해 집진기 내부에 있는 분진에 불이 붙어 화재가 발생했다. 2023년에는 5월과 6월 두 차례 화재 신고를 했는데 집진기 덕트 청소 작업 중 불티가 슬러지에 떨어지고, 레이저 용접기에서 발생한 불티가 집진기를 타고 이동해 불이 났다.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안전공업 자체 점검 결과를 보면 화재감지기·유도등 불량 등은 매년 지적됐다. 자체 점검 지표는 모두 32개 항목인데 이번 화재를 급속히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는 윤활유, 절삭유 찌꺼기, 유증기·환풍기 점검항목은 없었다. 노조와 직원들이 작업환경과 빈번한 화재 위험성을 호소했던 항목이 점검 대상에서 빠져 있던 것이다. 소방 관계자는 “소방법상 기름찌꺼기 등을 점검하지 않았다고 해서 위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안전공업 화마를 키운 불법 증축은 관리당국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이번 화재 희생자 14명 중 9명은 무단 증축된 헬스장(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관리감독 기관인 대덕구는 이 같은 사실을 파악조차 못했다. 소방당국도 마찬가지다. 화재 당일에서야 330㎡(100평) 규모의 2.5층 휴게공간을 확인했다. 안전공업은 앞서 동관뿐 아니라 본관에도 불법으로 시설을 증축했는데 구는 지난해 8월에서야 이행강제금 1억8000여만원을 부과했다. 2024년 1월 인터넷 신문고에 제보글이 올라온 지 약 20개월 만의 조치였다.

이번 참사 약 한 달 전에는 안전공업이 동관 3층 주차장에 무허가 나트륨 정제소를 운영하다가 당국에 적발됐다. 자동차 엔진밸브를 제조하려면 원석인 나트륨을 정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트륨은 폭발 위험이 큰 금속으로 관련 시설을 설치·운영하려면 관할 구청 등에 사전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나트륨 저장소만 허가받고 정제소는 허가 없이 무단 운영한 것이다. 안전공업 화재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 관계자는 “나트륨 정제소가 화재 원인과는 큰 관계가 없지만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현장 감식 중인 경찰은 화재 발화 원인과 안전공업 측의 ‘안전불감증’ 규명에 힘을 쏟고 있다. 안전공업 노조원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한편 생산 공정이나 작업환경 등에서 안전 문제나 위법 요소는 없었는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노동당국은 손주환 안전공업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24일 사상자 74명이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 공장 화재 참사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안전보건공단, 노동당국, 소방이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24일 사상자 74명이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 공장 화재 참사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안전보건공단, 노동당국, 소방이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중처법 위반 혐의 적용을 받더라도 실제 처벌 형량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의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중처법 시행(2022년 1월27일) 이후 재해자 수와 재해율은 증가했으나 사망자 수와 사망률에는 변화가 없었다.

 

아울러 법 시행 이후부터 지난해 7월까지의 선고 형량을 분석한 결과 49건 중 집행유예가 42건에 달했다. 2022년 법 시행 이후 이달까지 선고된 전체 사건(84건) 가운데 7건(8.3%)만 실형이 선고됐다. 7건에는 이번 화재와 ‘판박이’인 아리셀 참사도 포함됐다.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받은 형량은 징역 15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관계부처는 위험 사업장에 대한 조사와 안전 관련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철저하게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