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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가 막은 CEC…‘한국판’ 만들어도 韓 이지스함엔 못 단다 [박수찬의 軍]

“동료가 본 표적도 쏜다”…CEC의 힘
‘한국판 CEC’ 핵심기술 2031년까지 개발
美 CEC와 연동 제한…연합작전도 변수

북한 탄도미사일 위협에 맞설 해군 이지스함의 핵심인 협동교전능력(CEC) 확보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이 최근 해군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미 해군이 지난 2024년 8월 CEC 수출을 거부한 직후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해군 이지스구축함 서애류성용함이 항해를 하고 있다. 뉴스1
해군 이지스구축함 서애류성용함이 항해를 하고 있다. 뉴스1

그때 미 해군은 한국 해군의 문의에 “미 정부의 수출 통제 및 기술이전 정책에 따라 한국에 수출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거부 이유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 측은 지난해 4월 한·미 이지스함 사업관리 논의 과정에서 CEC 수출 가능성 재검토를 요청했으나, 현재까지 뚜렷한 변화는 없는 모양새다.

 

해군은 “국방부와 협업해 미국 측과 협의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중”이라고 했으나, 함대 방공능력 등의 한계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방법은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이지스함 능력 높일 CEC…한국은 없어

 

CEC는 전투함정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개발됐다.

 

함정 탑재 레이더는 수평선 너머를 볼 수 없다. 지구가 둥글기 때문이다.

 

저고도로 날아오는 순항미사일은 함정에서 40~50㎞ 거리에서야 레이더에 포착된다.

해군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이 성능 시험을 위해 항해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해군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이 성능 시험을 위해 항해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아음속 미사일이 많았던 전 시절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냉전 이후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초음속 대함미사일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레이더 탐지 후 함정이 방어에 나설 시간은 극도로 짧아졌다. 요격 시도가 실패할 위험이 그만큼 커졌다.

 

CEC는 이를 차단하기 위해 개발됐다.

 

기존 개별 함정이 ‘내가 본 것만 쏠 수 있다’면, CEC 탑재 함정은 ‘동료가 본 것도 쏠 수 있다’는 것으로 의미가 확대된다.

 

CEC는 함정과 항공기에서 레이더로 추적한 표적정보를 실시간 융합·분배해 공통 표적을 만든다.

 

위협에 더 가까이 있는 함정 또는 고고도 비행 항공기가 먼저 위협을 탐지하면, 그 데이터가 자함에 즉시 전송된다. 

 

자함은 자체 레이더로 아직 보지 못한 표적도 다른 함정·항공기의 탐지 데이터를 토대로 요격미사일을 발사·유도한다.

 

실질적인 교전 가능 거리는 자함 레이더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선다. 이를 통해 요격 기회와 대응 시간도 늘어난다.

해군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이 항해 도중 선회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해군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이 항해 도중 선회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같은 원리를 응용하면, 순항미사일과 항공기 외에도 전술탄도미사일까지 합동 환경에서 요격할 수 있다.

 

실제로 2011년과 2018년 미국 미사일방어국(MDA)이 CEC를 활용해 중거리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시험에 성공했다.

 

CEC의 또다른 특징은 교전 조율이다.

 

다수의 함정이 함께 작전을 펼칠 때, 곳곳에서 등장하는 공중 위협을 분산가중교전방식(DWES)을 활용해서 최적의 요격 수단을 자동으로 결정한다. 이를 통해 요격미사일 중복 발사 또는 요격 공백을 방지한다.

 

CEC는 미국 이지스 전투체계를 탑재한 구축함에 주로 적용된다.

 

미국 외에 호주가 지난 2018년 호바트급 이지스함에 CEC를 탑재했다.

 

지난 2019년 호바트급 구축함 브리즈번함이 미 해군 알레이버크급 이지스구축함 스톡데일함의 원격 센서 데이터를 활용해 요격 시험을 실시한 바 있다.

 

일본은 2020년 마야급 이지스함에 CEC를 탑재했다.

 

반면 한국은 뚜렷한 이유조차 알 수 없는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로 CEC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를 이끌어낼 동력도 눈에 띠지 않는 상황이다. 

해군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 승조원들이 대탄도탄전 및 대잠전 훈련을 수행하고 있다. 해군 제공
해군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 승조원들이 대탄도탄전 및 대잠전 훈련을 수행하고 있다. 해군 제공

한국 해군은 세종·정조대왕급 이지스함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CEC가 없는 상태에선 수평선 너머에 있는 대공표적을 이지스함이 자체적으로 탐지·요격하기가 어렵다. 

 

전술데이터링크가 있으나, 이는 상황 공유 수준이며 CEC처럼 데이터 융합과 교전 통제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종·정조대왕급 이지스함이 속한 함대가 교전 과정에서 요격미사일 낭비 등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새종·정조대왕급 이지스함이 우수한 성능을 지니고 있지만, 수평선이라는 물리적 제약을 뛰어넘지는 못하는 이유다.

 

해군도 “정조대왕급 이지스함은 CEC 미탑재로 타 이지스함 또는 조기경보기에서 탐지한 대공표적에 대해 원격 교전이 제한된다”고 인정했다.

해군 장병들이 통합기관제어체계(ECS) 장비를 운용하는 모습. 한화시스템 제공
해군 장병들이 통합기관제어체계(ECS) 장비를 운용하는 모습. 한화시스템 제공

◆‘한국판 CEC’ 추진…기술적 난도 높아

 

해군은 CEC 수출이 거부되자 독자적인 해상통합방공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가 협동해상감시(VCN)라는 개념을 발전시키는 것과 유사하다.

 

해상통합방공체계는 국내 개발 전투체계를 탑재한 전투함 간 통합 대응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지난 2023∼2024년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중심으로 사전 개념연구가 이뤄졌다.

 

지난 6월 해군이 소요를 제기했고, 합동참모본부에서 소요결정 검토가 진행중이다.

 

다중 표적정보 처리 및 데이터 분배시스템 등 관련 핵심기술은 ADD에서 2031년까지 개발할 예정이다.

해군 이지스구축하미 율곡이이함이 시험 항해 도중 선회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해군 이지스구축하미 율곡이이함이 시험 항해 도중 선회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핵심기술 확보가 순조로울 경우 2030년대 초반쯤 개발에 착수한다.

 

이때 국산 전투체계와 함대공미사일-Ⅱ를 체계통합하고 개량작업을 진행한다. 전반적으로는 2030년대 중반쯤 개발이 완료될 전망이다.

 

해상통합방공체계는 한국형차기구축함(KDDX)과 울산급 배치-Ⅳ를 비롯한 국산 레이더·전투체계 탑재 함정을 중심으로 설치될 계획이다. 이후 함탑재무인기 등으로 대상을 확대한다.

 

해상통합방공체계는 ‘한국판 CEC’로 자리잡게 된다.

 

함정과 무인기를 실시간 상호 연결해서 표적 데이터를 융합·공유해서 네트워크형 단일 대공방어체계를 구축, 수평선 너머에 대한 탐지·교전 능력을 갖추게 된다.

 

하지만 해상통합방공체계가 CEC 부재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산 전투체계를 쓰는 세종·정조대왕급 이지스함은 적용할 수 없다. 이지스 체계와의 연동 및 통합 여부도 불확실하다.

해군이 도입할 한국형차기구축함(KDDX)의 상상도. 한화오션 제공
해군이 도입할 한국형차기구축함(KDDX)의 상상도. 한화오션 제공

이는 이지스함과 KDDX, 울산급 배치-Ⅳ로 구성된 함대가 움직일 때, 해상작전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미 해군 CEC와 해상통합방공체계가 실시간 연동되지 못한다면, 한·미 연합 해상작전 효율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해군도 “해상통합방공체계와 미 CEC와는 연동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되며, 추후 해상통합방공체계 연구개발 간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당장은 해법이 없다는 의미다.

 

미국 CEC 개발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를 볼 때, 해상통합방공체계도 개발 도중 비슷한 리스크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CEC나 해상통합방공체계는 가공되지 않은 데이터를 융합해서 수평선 너머 공중표적을 타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한국형 전술데이터링크보다 훨씬 높은 실시간 신호처리·정밀 시각동기화 기술이 필요하다.

 

미 CEC의 경우 CEC 탑재 함정과 항공기는 모두 표준화된 데이터 처리 관련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를 쓴다. 이를 통해 모든 CEC 탑재 전력이 같은 정보를 볼 수 있게 했다. 

 

해상통합방공체계도 이같은 구조로 구축되어야 한다. 해상 전투체계·레이더·무인정찰기 등을 제작하는 복수의 국내외 방산업체 간 시스템 구축 조율이 필요한 대목이다.

 

효율적 원격교전을 위해 표적 정밀도도 높아야 하며, 전자전 대응 능력도 필수다.  

 

우여곡절 끝에 체계개발을 마쳐도 리스크는 남는다.

해군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왼쪽)과 호위함 충남함이 정박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해군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왼쪽)과 호위함 충남함이 정박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 해군에 따르면, CEC의 위력은 CEC 능력을 지닌 전력이 얼마나 많으냐에 따라 달라진다.

 

미 해군은 구축함과 조기경보기 등의 전력이 많으나, 한국은 대형함정 규모가 제한적이다. 충분한 수량의 국산 대형함과 항공기가 해군에 배치되어야 해상통합방공체계의 위력도 높아질 수 있다.

 

시험평가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높은 신뢰성을 갖춘 네트워크형 교전통제체계를 운영하려면, 기술적 검증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미국도 2020년대까지 CEC 시험평가를 하면서 결점을 보완하고 성능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보다 경험과 기술이 부족한 한국은 해상통합방공체계 개발 이후에도 상당한 기간 동안 시험평가를 거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