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층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자산 상위 20%(5분위)와 하위 20%(1분위) 가구의 집값 격차가 290.1배에 달했다. 이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최대치다. 부동산을 포함한 전체 자산 격차도 68.6배로 역대 최대였다. 한국 사회의 계층이동 사다리가 사실상 끊어졌다는 신호가 아닐 수 없다. 이러다 지역·계층 간 불평등이 심화해 상대적 박탈감과 근로의욕 저하를 넘어 사회문제로까지 비화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소득 격차가 최근 수년간 줄어드는데도 자산 양극화의 골은 갈수록 깊어지는 건 집값 상승이 서울·수도권의 고가아파트에 집중된 탓이 크다. 1분위 거주주택의 평균가격은 1년 전보다 9.1% 하락한 239만원에 불과했지만 5분위 가구는 6억9341만원으로 7.7% 올랐다. 이 통계는 실제 보유하고 거주하는 주택 기준인데 상위층의 임대·투자주택까지 합치면 그 격차는 300배를 훨씬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판에 정부는 헛발질 부동산 정책으로 화를 키우니 답답한 노릇이다. 당장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의무화, 대출 규제와 같은 수요억제 일변도 대책은 매물 잠김과 전월세 대란 등 숱한 부작용을 양산해 왔다. 여기에 비거주·초고가 1주택자에 징벌적 세금을 물리는 세제개편안까지 더해져 불난 집값에 기름을 부었다. 그사이 서울 집값은 89주째 내리 오르며 역대 최장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청년·신혼부부와 무주택서민의 주거비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방은 여전히 악성 미분양 물량이 쌓이며 냉기가 가득하다.
시장을 옥죄는 이런 대책으로는 자산 양극화의 골을 메울 길이 없다. ‘집값 안정’과 ‘양극화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세제와 금융, 공급, 지역 균형발전 등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기존 수요억제조치의 경우 효과와 부작용을 꼼꼼히 따져 합리적인 대안을 찾고 시장이 놀랄 만한 공급 확대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지금의 공공 위주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용적률 상향 등 파격적인 규제 완화로 민간의 정비사업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할 것이다. 청년·신혼부부 대상 공공분양과 임대주택 확대 등 실효성 있는 주거 취약계층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양극화의 주범 중 하나인 수도권 과밀화 해소 차원에서 지방에 좋은 학교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