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중국을 방문한 당시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가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예정에 없던 캐치볼을 했다. 원 총리는 그해 4월 방일 때 리쓰메이칸(立命館)대 야구부가 기증한 회색 상의의 등 번호 35번 유니폼을 입고 나왔고, 후쿠다 총리는 중국이 준비한 흰색 야구복을 착용하고 등장했다. 두 사람은 국빈 초대 시설인 댜오위타이 영빈관 체육관에서 약 5분간 30여 차례 공을 주고받았다.
외교 관례상 정상들이 함께 테니스나 조깅을 하는 것은 우호 관계를 과시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골프 회동이 추진되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당시 두 사람의 캐치볼도 관계 강화를 희망하는 양국의 의지를 보여줬다. 2013년 대외적으로 강성 기조인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정권 출범과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2차 집권 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무력 충돌 직전의 양국 갈등 관계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후쿠다 전 총리가 지난 22일 90세를 일기로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 전 총리 아들로 일본 헌정 사상 첫 부자(父子) 총리였던 고인은 외교를 중시하는 일본 정계 비둘기파의 상징이었다. 재임 기간 한·일, 중·일 관계 개선에 주력했다. 2007년 9월 취임 직후 군국주의 상징인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관련한 취재진 질문에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할 필요가 있느냐”며 일본 사회의 우경화를 경계했다. 그해 11월에는 한국해양박람회(2012 여수엑스포)가 해양을 주제로 독도나 동해 명칭과 관련해 한국 주장이 선전될 수 있다는 일본 내 우려가 컸지만 지지를 표명하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지난 6월 일본 정계 비둘기파의 거두인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중의원(하원) 의장이 타계했다. 고노 전 의장에 이어 주화파(主和派) 정치인이 또 한명 사라졌다. 한·중과의 관계를 중시했던 고인은 우경화가 가속화하는 일본에서 평화·공존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버팀목과 같았다. 군사강국화를 추구하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정권과 과거사를 부정하는 일본 보수파를 생각하면 거목들의 부재에 걱정이 앞서는 이유다.

